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Ⅱ] (1·⑤) 정치권 졸속입법 배경은?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3.11 17:00

수정 2015.03.11 17:00

법안실명제 시행 이후 발의 14배 폭증… 공동발의 정족수 줄이자 '부실입법' 속출

의원들의 이른바 '졸속입법'이 횡행하게 된 데엔 제도적 변화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법안실명제와 공동발의 정족수 축소다.

법안실명제는 의원들이 입법활동에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며 동시에 국민들에겐 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 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0년 도입됐다. 실제 2013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회의 의원입법 현황과 주요국 사례의 비교'에 따르면 법안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인 15대 국회의 의원법안 발의 건수는 806건에 불과했던 데 반해 16대 1651건, 17대 5728건, 18대 1만1191건 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법안실명제는 민주화 이후에도 행정부에 비해 소극적으로 이뤄졌던 국회의 입법활동을 강화시켜 입법부로서 입법권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공동발의 정족수가 20명에서 10명으로 조정된 것도 국회 입법기능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공동발의 정족수가 줄어든 지난 2003년 이후 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는 회기당 평균 88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부실입법'이란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점이다. 법안실명제와 공동발의 정족수 축소를 계기로 의원법안의 가결 비율이 낮아지고 동일한 법안명으로 발의된 법률안이 증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법안 공동발의 요건이 완화되면서 법 통과가 아닌 법안 발의 자체가 목적인 법안, 이익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선심성 법안을 내기 쉬워졌다"며 법안 공동발의자 하한선을 다시 20명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법에 법률안 상정 우선순위 규정이 없다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쟁점 법안 하나로 나머지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상태였다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채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된다는 설명이다.
처리가 시급하면서도 논쟁의 여지가 적은 법률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규정을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졸속입법 행태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 직속으로 '정책평가 배심원제'를 운영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자유주의연구학회는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입법효율성 제고를 위한 국회 내 갈등조정기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정치학회나 행정학회 등 유관학회 소속 회원 1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이들을 정책배심원으로 위촉, 정치권에서 의견이 맞서 입법처리가 지연되는 사안이 있을 시 배심원들이 전문가적 소견을 밝힘으로써 국민의 이름으로 결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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